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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현재에 행복하지 못했던 나에게 선물같았던 영화 <패신저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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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현재에 행복하지 못했던 나에게 선물같았던 영화 <패신저스>

500% 2023. 8. 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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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영화는 근 10년간 어바웃 타임이었는데 오늘부로 갱신했어”.
패신저스를 보고 내가 처음으로 외친 말이다.

 

 필자는 늘 미래로 행복을 미루며 살아왔던 청년기를 보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면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던 "대학만 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그때까지만 버텨"를 외쳐대던 시절을 거쳐, "취업만 하면 이 고생도 끝이야"를 가슴에 품고 살던 취준생 기간을 지나 존버하면 온전한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거라는 희망과 망상 그 사이 어딘가를 사는 어른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연애만 해도 사정은 비슷했다. 취업만 하면 멋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나타날 줄로만 알았다. 사실 다 똑같은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성장해 나가는 시스템인데, 이상하게 연애마저 늘 우선순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완벽한 순간이란 없는데 좀 더 완벽해지면 좀 더 여유가 생기면 하고 행복을 참 많이 미뤘었다.
 
그것을 처음 깼던 순간이 언니와 해외여행을 결심한 순간이었다. 공시생이었던 나에게 언니는 다가와 대뜸 3대륙 투어를 가자고 꼬셨다. 그때의 고지식했던 나로서는 지금 내가 무슨 해외여행이야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 것은 부잣집 딸래미들이나 가는 내 삶과는 꽤 먼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남들이 그렇게 가대는 해외여행이 도대체 뭔지 한편으론 궁금했던지라 계속된 설득에 홀라당 넘어갔고 그렇게 20대에 언니와 행복한 해외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여행은 아직도 나의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자리잡고 있을만큼 좋은 경험이었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도 마치 공시를 준비했던 나처럼 현실의 삶을 탈피하고 더 멋진 삶을 그려보고자 95년을 동면해야 하는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지금 주변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영영 볼 수 없음에도, 저 너머에 더 특별한 것이 있을거란 생각에 젖어 우주로의 이주를 선택한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동면에서 깨게되고 남자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로봇의 의도치 않은 비밀 누설로 극심한 혼란스러움을 느끼지만 어쩌면 동면 상태였더라도 끝가지 안전한 이주가 성공하지 못했을만큼 크게 다가오는 고난들을 함께 넘기며 남자 주인공과 극적으로 화해한다. 그리고 "현재에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던 너, 이주한 곳에서는 사랑하는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라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한참 되새기다 용기있게 동면하지 않는 현실을 택하게 된다. 그렇게 현재에 만난 남자와 행복한 삶(어쩌면 본인이 늘 꿈꿨던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다.
 

 
 나 또한 언제일지 모르는 저 너머에 행복이 있을거라 착각하며 현재의 행복을 놓치며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여러 생각이 스쳐갔다. 마치 "그 너머의 행복말고 지금 여기서 행복할 수 있어. 사실은 저 너머의 행복도 신기루 일 수 있단다. 현재와 크게 다른 게 없을지도, 혹은 더 불행할지도 몰라. 운이 좋게 더 행복할 수도 있고! 그러나 어쩌면 그 행복은 미래에 만이 아닌 오늘 내 하루 안에 이미 깃들어 있을지도 몰라. 너가 인지하지 못할 뿐"이라고 자세히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 인생에 파도는 언제 닥쳐올지 모른다. 이제는 어릴때처럼 파도에서 마냥 괴로워하며 평지만을 찾아다니기보다 거친 파도를 이용해서 오히려 멋지게 파도를 타고야 마는 서퍼가 되고 싶다. 비가 억세게 쏟아질 때 그 속에서 즐길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행복에 가까워 지지 않을까. 소홀했던 감사일기를 다시 써봐야 겠다. 까르페디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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